정원이 가진 치유의 힘을 나누고 전파하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송파구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센
터)는 2005년 5월 설립 이후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주
기별 정신질환의 예방, 조기 발견, 사례관리, 위기 대응까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대두되며 센터도 정
신장애인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산재단의 ‘정신장애인 및 사회적 고립계
층 지원사업’에 참여해 정신장애인과 지역 주민이 함께 조성
하는 ‘인생정원’ 사업을 시작했다.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인생정원 프로젝트
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인생정원은 정신장애인이 지역 주민과 함께 정원을 가꾸며 소통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해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프
로그램이다. 지역 주민도 가드닝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정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다.
김두태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정신장애인에게는 교육,
취업 등 재활이 필요하지만, 함께 살아갈 지역주민들의 인식
개선과 인간관계 형성 등 보이지 않는 사회적 역할 회복도 필
요하다”고 말한다. “인생정원은 방치되어 있는 인근 땅에 텃
밭을 가꾸면 좋겠다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센
터 회원들과 인근 주민들이 함께 텃밭을 가꾸면서 자연스럽
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될 거 같았거든요. 실제 땅과 교감하
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었고요.” 작은 텃밭으로 시작된 아이디어는 점차 발전해 지역주민들이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치유정원으로 발전했다.
센터는 우선 인근에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공간을 물색했
다. 공원 조성이 가능한 토지는 대부분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소유지여서 장소를 정하는 데에만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정원 조성과 프로그램 기획에 도움을 줄 전문가 섭
외도 쉽지 않았다. 김두태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덴마크의
얼로트먼트 가든, 미국의 커뮤니티 가든 등 모범사례와 관련
연구결과는 많았지만,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가 부족
했다”며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말한다. 센터 실무자들은 조
경 관련 공부를 하고 조경기능사, 시민정원사 등 관련 자격증
을 취득하며 전문성을 갖췄다. 산림청 등 공공기관과 학계,
전문기업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며 사업 전반의 방향성
을 확립할 수 있었다. 또 참가자들을 위해 정원 가드너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지역주민 10명, 정신장애인 10명
등 총 20명의 인생정원 가드너를 육성했다.
인생정원 가드너, 지역사회를 바꾸다
이상현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함께 수업을 받으면서 지
역주민들이 정신장애인은 무조건 도움을 줘야 할 대상이 아
니라 함께 공부하고 정원을 만드는 동료로 인식이 바뀌었다”
고 말한다. “지역주민 참가자들은 정신장애인을 어떻게 대할
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수업을 함께 들으면서
금세 가까워졌고, 이제는 워크숍이나 정원 실습을 하면 팀별로 모이는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많이 친해졌어요. 그리고 정
신장애인 참가자들도 많이 밝아졌습니다. 말도 잘 하지 않던
한 참가자가 화분에 식물을 심는 실습을 하다가 웃었는데, 그
렇게 밝은 웃음은 처음 봐서 깜짝 놀랐었던 일이 기억에 남
아요.”
‘인생정원’은 참가자만이 아니라 송파구 지역에도 긍정적
인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기념식을 가진
공동체 정원은 지역주민의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다. 시민 공
모를 통해서 인생정원 캐릭터 ‘잔디’도 만들었다. 또 인생정
원 가드너들은 공동체 정원에 이어 송파소방서 옥상에 정원
을 만들고, 지역 근린공원에 있는 나무에 뜨개옷을 입히는 친
환경 예술활동을 펼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전개하
고 있다. “지역사회를 위한 정원을 자기 손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참가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더군요. 인생정원 캐
릭터 ‘잔디’를 활용해서 인생정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
고,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 직업 프로그램까지 연계할 계획
입니다. 가드너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이 만들어서 지속가능한 사회통합 모형을 만들고 싶습니
다.” 최수영 상임팀장은 “앞으로 인생정원이 전국단위로 확
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출처 : 아산사회복지재단(https://www.asanfoundation.or.kr/af/webzine/store/detail/afWebzineStoreDetailFullList.do?pubNo=2025&seasonClsf=7C)